이번에는 윤리적 패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한다. 현재 과잉된 마켓현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산업화를 기점으로 산업화 이전, 기계화의 시작, 산업화, 그리고 공급과잉의 4시기로 나눠봤다. 이번 호에서는 앞의 2시기인 산업화 이전과 기계화의 시작에 대해 살펴본다.
1. 산업화 이전
산업화 이전 시기에 자원을 보존하는 것은 모든 인류에게 있어 당연한 습관이었다. 옷의 원재료가 되는 섬유는 천연자원뿐이었으며, 이것을 가공하여 텍스타일로, 그리고 다시 옷으로 만드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동이 드는 작업이었다.
천연자원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일정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아서 무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섬유의 선택에는 많은 제한이 있었다. 섬유선택의 제한은 곧 텍스타일이나 의류의 디자인 및 생산의 제한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에는 텍스타일을 옷으로 만드는 것 보다 섬유를 텍스타일로 만드는 과정에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고, 특히 자수나 레이스, 벨벳과 같은 특별한 테크닉의 럭셔리 텍스타일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의상의 스타일보다는 텍스타일의 퀄리티가 입는 사람의 신분을 확실하게 나타내 주었다.
일반인들은 적은 수의 옷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었는데,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실물들을 살펴보면 무릎을 중심으로 24번이나 패치워크한 바지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몇 벌 되지 않는 옷들이 낡으면 여러 차례 수선해서 사용기간을 늘렸음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이 시기의 사람들은 모두 패션의 윤리적 생산과 소비의 실천자들이었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이 윤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 기계의 발명
1733년 John Kay의 Flying Shuttle, 1767년 James Hargreves의 Spinning Jenney, 1769년 Richard Arkwright의 Water-Powered Spinning Frame 등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섬유를 텍스타일로 만드는 기계를 발명하기 시작하면서 텍스타일이 산업화 시대로 가는 첫 단계를 열었다. 이렇게 섬유에서 텍스타일로의 산업화는 먼저 시작되었으나 이 때 의류는 아직도 가내수공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시기의 초기 텍스타일생산자들은 환경오염이나 공정무역에 대한 고려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텍스타일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들을 가까운 강이나 냇가에 자연스럽게 흘려보냈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더욱 싼 임금과 열약한 노동조건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텍스타일의 풍족한 공급시대를 열었고, 기계화와 글로벌화는 풍요로운 의류공급의 시대를 가능케 했다. 환경과 비윤리적 노동이라는 대가를 치루면서 산업화가 이루어진 국가들에서는 모든 사회계층의 사람들이 패션 즐기기가 시작됐다.
<다음 호에 계속>
장남경
(한세대학교 디자인학부
섬유패션디자인전공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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